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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 - 이영채, 한홍구

일본은 왜
역사반성을 하지 못했을까 경제제재와 불매운동 이후에 살펴보는 한일 근대사 쟁점들

기사입력 2020.02.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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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왜 역사반성을 하지 못했을까 경제제재와 불매운동 이후에 살펴보는 한일 근대사 쟁점들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은 2019년 8월과 9월 한홍구TV 역사통에서 이영채 교수와 내가 한 강연과 대담을 도서출판 창비에서 정리하여 2020년 1월 간행한 신간도서이다. 이영채 교수는 일본의 매스컴에서는 독보적인 한국 전문가로, 한국 매스컴에서는 대체불가능한 일본전문가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연구자이자 활동가이며,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한홍구TV는 아베의 대한 수출규제조치가 단행된 직후 5주간에 걸쳐 한일관계를 주제로한 특집방송을 기획했다. 마침 일본 케이센여대의 이영채 교수가 한국에 와 있는 사실을 알고, 급하게 만나 바로 대담 방송 “대책 없는 아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를 내보냈고, 둘이 의기투합하여 이영채교수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 하고 새벽 3~4시까지 강행군하면서 90분짜리 강연 4회를 두 번에 걸쳐 녹화했다. 전문성과 실천성, 현장 감각을 고추 갖춘 이영채 교수의 4차례의 강연은 한홍구TV를 통해 방송되었고, 일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바랐던 청취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내 강연과 이영채 교수의 강연을 모두 기획· 진행한 장해랑 PD는 한일관계에 대해 이 정도 깊이 있게 집중적으로, 그러면서도 대중적으로 풀어낸 작업이 없다면서 이를 책으로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창비는 이에 흔쾌히 동의 했다. 강연은 이영채 교수가 4회, 이영채ㆍ한홍구 대담 1회, 한홍구 강연 6회로 이루어졌지만, 강연이다 보니 중복된 부분은 편집진에서는 두 사람의 강연을 한 사람이 한 것처럼 합쳐서 깔끔히 정리했다. 

     

    한국은 일본을 잘 알고있는 것 같지만, 이 책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의 일본에 대한 이해가 지극히 피상적이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간의 오랜 과거사 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베정권을 만들어낸 일본 극우보수의 역사적 뿌리를 밝히고, 이를 토대로 한일 극우 보수의 구조적 유사성 및 연속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이영훈 교수의 『반일종족주 의』나 그 이전의 뉴라이트들의 주장은 상당부분 일본극우세력의 역사인식을 모방한 것이다. 일본어로도 출간된 『반일종족주의』는 일본에서 골목골목에 있는 편의점에서도 팔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을 원산지로 둔 극우세력의 주장이 한국에서 가공되고 재포장되어 다시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일본에 의해 육성된 한국의 친일세력은 일본의 극우세력의 논리와 주장을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하여 간직 해왔다. 

     

    『한일 우익 근대사 완전정복』은 일정하게는 『반일종족주의』라는 해괴한 책의 출간에 대한 대응이지만, 한국사회가 일본과 한국의 수구세력이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발원했고 지금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980년대 후반까지 무섭게 질주하던 일본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불황에 빠져 20년 넘게 침체를 극복하지 못했다. 오랜 침체 끝에 일본에서도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깨고 새 로이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며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고, 민주당 정권이 이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서 2012년 말 아베 보수정권이 등장했다. 

     

    한편, 1965년 한일회담 당시 1:30이라던 한국과 일본의 경제력 차이는 이제 1:3으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일본 인구가 한국 인구의 2.5 배가량인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 경제가 거의 일본을 따라잡은 형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23년이면 일본보다 한국이 앞선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전자산업은 전후 일본 경제의 부흥을 이끈 기관차였다. 그런데 어느 사이 일본 전자산업 10대 기업의 1년 매출액 총합이 삼성전자 1개 기업의 반년 매출액에 못 미치 는 상황이 되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의 추격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중국은 일본의 침략 대상이 되던 19세기나 20세기의 중국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의 패권을 겨루는 거인으로 우뚝 섰고, 한국은 중국의 경제발전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런 배경에서 그동안 아베는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꿈꾸며 평화헌법의 개정과 자위대의 군대로의 전환을 노리고 있다. 그 전제는 바로 북한의 위협이다. 그런데  금 그 북한이 남한과 손을 잡고 미국과도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8년 9월 환호하는 평양시민들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는 광경이나, 트럼프, 문재인, 김정은 세 지도자가 휴전선에서 나란히 손잡고 서 있는 모습은 일본의 보수 우익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일본 보수우익 200년의 역사에서 한반도는 갈 길 못 찾고 헤매거나,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 하는 발판 노릇을 하거나, 일본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거나, 아니면 갈라져 서로 싸우고 있어 야 했다. 서로 손잡고 화해하는 한반도는 일본의 역사에서 있어 보지도 않았고,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에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아베의 수출 규제 조치가 단순히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중요한 이유이다. 이제 한국과 일본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과 지배가 남겨 놓은 깊은 상처를 씻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사실 두 나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 절실한데 한국 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색안경과 편견 이 각각의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이 책은 민주 화운동과 촛불의 입장에서 한일관계의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작은 시도였다. 새로운 한국,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 아시아를 꿈꾸는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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