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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천주교의 성지 오륜대 한국순교자 박물관

기사입력 2022.01.0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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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요함을 간직한 박물관

    매년 봄이면 그곳에는 목련과 벚꽃, 연달래가 형형색색으로 핀다. 또한 그곳에는  향나무와 하늘거리는 버드나무, 한적한 호수가 있으며 호수 안에는 수많은 잉어와 붕어가 한가로이 노닌다. 호숫가 근처에는 냉이와 쑥이 지천이고, 물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가면 따뜻한 햇살과 향긋한 공기가 하루종일 몸에 따라다닌다. 

     

    때론 무서울 만큼 조용하고 한적한 곳.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는 필히 사연을 가진 장소나 인연이 있는 법이다. 호수를 지나 부산가톨릭 대학교로 빠지는 길로 접어드니 저 멀리 고요한 기운을 발산하는 곳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오륜대 한국 순교자 박물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이 박물관은 초기 천주교를 전파하면서 순교한 사람들과 그에 관계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그렇듯이 초기 기독교인은 엄청난 박해와 고통을 받았다. 이것은 삼국 시대때 불교가 한반 도에 전래되면서 벌어진 참극의 역사와 비슷하다. 신흥 종교는 기존 사회 질서와 충돌을 빚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흥 종교가 들어오는 과정은 고난의 역사인 것이다. 

     

    순교자 박물관은 야외 전시장과 3층에 걸친 실내 전시장을 갖고 있다. 우선 눈여겨볼 것은 야외 전시장 끝자락에 서 있는 성 김대건 신부상이다. 흰 도포 자락에 갓을 쓴 모양은 구한말 조선 시대 신부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최초의 신부였던 김대건 신부는 충남 출신이며 1845년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그 신부상 옆에는 ‘라파엘호’가 있는데, 신부님이 사제서품을 받은 후에 이 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하여 포교활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천주교인을 탄압하기 위한 도구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천주교를 소개한 사람은 누구일까? ‘지봉유설’을 쓴 이수광이라는 실학자였다. 이수광은 명나라에서 마테오릿치 신부의 ‘천주실의’를 보고 지봉유설을 썼다고 전해진다. 또한 홍길동전의 저자인 허균은 베이징에서 12기단을 들고 귀국하면서 천주교 신자가 된 사람이다. 그의 작품에 나오는 평등사 상은 어쩌면 기독교 사상에서 영향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있다. 두 개의 사각 나무 기둥이 높직 하게서 있고, 그 사이에 대들보가 달려 있다. 대들보는 곧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다. 아래에 붙은 설명서를 읽어보니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몰려온다. 이 형구는 천주교인들을 한꺼번에 죽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대들보 아래에 4~5 명의 사람들을 눕혀놓고 거대한 대들보를 떨어트려 머리를 터져 죽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형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구한말 당시 천주교인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된 각종 형구들이 유리장 안에 전시되어 있다. 교과서 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곤장대, 망나니들이 목을 칠 때 쓰던 칼, 죄인을 묶던 쇠족쇄와 사형모, 형틀과 채찍 등. 보기만 해도 끔찍한 형벌 도구들이 생생하게 전시되어 있다. 어떻게 이런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푸른 눈에 수의를 입고

    1층에는 한국 천주교 성지들에 대한 자료와 주요 인물의 활동상과 그 시대의 성경책, 초기 기독교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 가지 흥미 로운 사실은 당시 외국 신부들이 조선의 상복 을 입고 포교활동을 했다는 사실이다. 조선 풍 습에 상복을 입은 사람에겐 말을 건네지 않는 다는 것을 활용한 전도법이었다. 푸른 눈에 금발을 가진 외국인 선교사가 누런 상복과 삿갓을 쓰고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상상해보라. 그 얼마나 신기한 광경인가? 

     

    박물관 2층의 성모 성년 전시관에는 한 가지 특이한 유물이 하나 있다. 강화도 순교자의 묘에서 발굴된 성모상이 그것인데, 자애롭고 인자한 눈빛의 성모상이 지금도 사람에게 말 을 거는 듯하다. 

     

    오륜대 순교자 박물관은 부산의 천주교인들 에게는 일종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한국 순교성 인 103위중 26위의 유해를 안치하고 있는 순교자 성당과 부산 순교자 묘소가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다. 석가모니는 마음의 평화를 이야기했다. 마호메트는 평화와 순결을 강조했다. 결국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은 같다. 천주교인이든 아니든 조선의 근대화 과정에서 희생된 천주교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은 인간이기에 느끼는 애틋한 연민의 정 때문이다. 순교자 박물관에서 한국 역사의 불행한 단면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공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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