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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혀져 가는 금정구의 문화유산 - 노포동 고분군

- 다시 잡풀 숲으로 돌아가는 문화유산
-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기사입력 2022.10.1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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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포동 고분군 일원 문화재 4차 발굴조사 문물연구원.jpg

    노포동 고분군 일원 문화재 4차 발굴조사 - 문물연구원

     

     

    노포동 고군분

    노포동 전철역 차량 기지창 뒤쪽으로 약 800~900미터 정도 가다보면 고물상과 재활용품 수집상들이 보인다. 그사이 조그마한 산길에 접어들면 해발(海拔) 60~80m의 구릉 경사면에 노포동 고군분이 있다. 총규모 19,693㎡의 삼국시대 고분군이 있는 곳이다. 이 고분은 1983년 일반인에게 우연히 발견된 후 토기 3점이 부산광역시 문화공보과에 신고 되면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부산광역시 박물관과 부산대학교 박물관의 두 차례에 걸친 학술 발굴조사를 통해 3세기 중엽에서 4세기 초에 걸친 삼한시대 후기 및 삼국시대 초기의 분묘 유적임이 밝혀졌다. 목곽묘를 주축으로 하는 묘제와 함께 다량의 와질토기, 철제 무기류, 장신구 등이 출토되었다.

     

    이로 인하여 당시 부산 지역 뿐 아니라 영남 일대 삼한 후기 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1996년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되었다.

     

    1984년에 발굴된 노포동 고분군은 부산지방의 고분군 중 가장 앞선 시기의 유적으로 노포동 지역은 어떤 지역보다 앞서 취락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2. 노포동고분군에서 발견된 유구, 원형, 네모형 주거지 모습 -  부산박물관.jpg

    노포동고분군에서 발견된 유구, 원형, 네모형 주거지 모습 - 부산박물관

     

     

    유적의 시대적 의의

    이 곳에서 조사된 유구는 민무늬토기를 사용하던 청동기시대 주거지 2동, 삼한시대 널무덤과 덧널무덤 45기, 독무덤 6기이고, 출토유물은 토기류 134점, 철기류 263점, 구슬류 433점, 석기 4점 등 총 834점이다.

     

    이로써 이 유적이 민무늬토기시대의 유적을 파괴하고 조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곳 출토유물 중 토기류는 회색의 와질토기가 주류를 이루는데, 이것은 이 지방의 토질 토기의 발생 시기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 유적은 그 유물을 통해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국 남부지방에 있어서 고대국가의 발생과 성격 및 그 전개과정, 당시 부산 지역의 동태 및 외래문화의 수용과정 등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3. 조사지역 전경 금정구청.jpg

    조사지역 전경 - 금정구청

     

     

    수혈유구

    수혈유구는 땅에 구덩이를 만든 자리를 뜻하는 것으로, 무덤이나 주거지 흔적이 이에 속한다. 발굴된 수혈유구는 평면 형태에 따라 방형계 수혈 22기, 원형계 수혈 16기, 기둥자리 17기, 구상유구(단면 ‘U’자상으로 수로 형태의 긴 구덩이) 3기 등 총 58기의 유구로 분류됐다.

     

    장방형 수혈은 규모로 볼 때 무덤으로, 원형 수혈유구는 주거지로 각각 추정된다. 함께 확인된 다수의 기둥자리는 취락유적에서 흔히 보이는 굴립주 건물지(땅을 파서 기둥을 세우거나 박아 넣어서 만든 건물)로 보인다.


    4. 123호 주거지 금정구청.jpg

    123호 주거지 - 금정구청

     

     

    문화재의 관리

    1996년에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42호로 지정된 노포동 고분군의 관리실태는 참담하다. 이곳은 1983년에 처음 알려진 후 1984년부터 1986년까지 부산시립박물관과 부산대학교 박물관이 두 차례에 걸쳐 700㎡를 발굴하였고, 고분군 일대를 정비하기 위해 2007년부터 10년간 18억 7천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 노포동 142-1과 142-2번지의 12,708㎡를 매입하였다.

     

    기자가 찾아간 노포동 고분군은 당황스러웠다. 보존구역에 속하는 노포동 142-8번지와 기획재정부 관리토지인 노포동 1119-6번지 주변에는 고물상과 재활용품 수집상이 즐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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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분군 입구주변사진 - 고물상

     

    고분군 발굴지의 입구에 인쇄가 너덜한 채 초라해 보이는 안내판 하나만이 고분지 임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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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구사진 - 입구팻말

     

    찾아본 고분지는 잡풀과 나무만이 무성할 뿐 발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발굴 장소의 흔적을 구분하는 울타리 하나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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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포동 고분군 발굴지

     

    취재한 바로는 고분군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부산시는 금정구청에서 주변 사유지 매입에 관한 예산 신청 외에는 관리에 관한 계획은 없다고 한다. 부산시립박물관도 구체적인 추가 발굴 계획이나 관리 계획은 없고 학술조사를 한차례 정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관의 명분은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어 발굴을 위한 사용 계약이나 매입이 이루어져야만 다음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 발굴을 위한 계획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나 관리의 문제는 다르다.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이긴 하나 이런 장소가 있다는 홍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렇게 대단한 문화재가 있는 장소를 발견 이전의 모습처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의지의 문제다. 지금은 발굴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옆 동네인 동래 고분군의 관리 상태를 보며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진행의 단계이니 동래 고분군처럼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진행단계면 단계대로 시민들에게 알리고 진행 과정을 보는 것도 훌륭한 문화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이대로라면 고분군이란 문화재의 흔적조차 방치되어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8. 복천동 고분군2.jpg

    복천동 고분군 - 동래구청

     

    9. 복천동 제53호 고분 네이버지식백과.jpg

    복천동 제53호 고분 - 네이버지식백과 

     

    무심히 보이는 숲속의 바위도 그에 얽힌 이야기가 있으면 다시 돌아보게 마련이다. 하물며 금정구의 엄청난 문화적 자산이 있다면 많은 구민이 만지고 느끼고 사랑하게 할 바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선 고분군 입구 정리부터 촉구한다.

    그리고 발굴 장소의 잡풀 정도는 정비하여 문화재가 발굴되고 있는 장소라는 표시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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