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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하고 자빠졌네

기사입력 2023.04.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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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의날 포스터.png

    제42회 장애인의날 포스터


    욕설로 들리나요. 시작부터 도발적으로 심기를 건드려보겠습니다. 자빠진 김에 여러분을 짐짓 ‘꿀 먹은 벙어리’로 생각하고 하소연을 풀어보겠습니다. 장애인을 대신해서 말입니다.

     

    웬 뜬금없이 장애인이라니. 혹시 장애인인가요. 아닙니다. 그럼 혹시 4월 20일이 어떤 날인지 아시는지요? 떠오르는 게 없네요. 네, 다행입니다. 당연하니까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인의 날은 올해로 43년이 되었고, 법정기념일입니다. 지난 해 연말 기준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약 265만 명이 넘습니다. 전 국민의 5.2%이지만 장애인 분류기준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좁게 규정되어 적은 것 같습니다. OECD 국가의 평균 장애인 비율은 24.5%에 달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당뇨도 장애로 보고, 많은 국가에서 비만은 장애입니다.

     

    장애는 개인적으로는 불편과 차별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비용 증가가 따르겠지요. 그런 장애가 여러분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선천적 장애는 약 10%이고, 중도 장애가 90%입니다. 즉 비장애인이라고 하는 당신도 잠재적 장애인입니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여러 사업들 중에 ‘무장애’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무장애 체험 숲’이라면 장애인들이 아무런 불편없이 숲을 구경할 수 있게 시설을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시책입니다. 그런데 정작 장애인을 만나다 보면 이런 ‘무장애’ 시책보다는 교통수단을 보다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권’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걸 들었습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 오면 판박이 행사가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입니다. 중요한 건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시각과 인식이기 때문에 필요한 행사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조금만 개선하면 그들도 보통의 시민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점에서 측은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으로 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데 해결책이라면 일자리가 있어야겠지요. 일자리 문제는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으로 일할 기회를 주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글을 맺기 전에 사족을 붙여볼까 합니다. 글 제목의 ‘지랄하고 자빠졌네’의 지랄은 ‘간질’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뇌전증’으로 부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글 중의 ‘’꿀 먹은 벙어리‘도 부적절한 용어라네요. 뜻이 ’무슨 일에 대하여 아무 말이 없는 사람‘이라는데, 꿀을 먹은 상태라면 벙어리이건 아니건 아무 말을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굳이 벙어리라는 장애인을 등장시키는 건 차별이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때 장애인을 비장애인의 친구라는 뜻으로 사용했던 ’장애우‘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쁜 뜻은 없습니다만 장애인을 배려한답시고 ‘장애우’라는 정체불명의 호칭이 나돌았는데 이는 장애인들이 만든 호칭이 아니며, 장애인들은 이런 걸 요구할 정도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비장애인들과 다름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구별을 하는 것으로 ‘장애인’이면 충분합니다.

     

    요즘 사회적 이슈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서울의 지하철 승강장에서 벌이는 시위 현장이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에게는 ‘이동이 곧 삶’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법적으로는 불법의 소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장애인에 대하여 인식을 조금 달리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그 하루라도 이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지요. 나머지 364일이 비장애인의 날이 되지 않게 말입니다. 

     

    기고 / 김훈 - 금정장애인자립생활센터 후원회장, 오륜대걷기축제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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