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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여승익
어릴 적 자다 깬 아침
이불의 지도가 보여도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고
이불속에서 새 옷 갈아입히시던
모습이 그립다
싸리문 밖에서
들려오던 커다란 목소리
우시장 전대가 두둑한 날이면
구성진 노래 가락
한 번도 공부하라는 언질은 없었어도
어머니가 전해주신 말씀에
흐뭇하게 웃어만 주던
밝았던 얼굴이 그립다
건장하던 몸이
조금씩 여의어 가면서
자전거로 가시던
시내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어느덧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던 때
기어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꺼내셨다
딸도 좋은데
아들 하나 놓거라 하시곤
뭣이 그리 급하셨는지
손자도 보지 않고 그렇게 가셨다
⬛ 작품 감상
여승익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아버지와의 경험을 매개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호소력있게 서정적이면서 진솔하게 재구성하여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아버지는 말이 없다.
그러나 말이 없는 침묵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사람이 아버지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다.
아들이 기가 죽을까 상처를 받을까 말은 안해도 속으로 울고 있는 사람이 아버지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 나이가 되니 간혹 혼술하셨던 아버지를 알겠다.
⬛약력
시인, 수필가
이삭문학협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
울산불교문인협회 회원
곰솔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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