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꽃씨 수향 황인숙 나는 꽃씨를 뿌리며 다니고 싶다 바람 따라 향기롭게 날아가 앉아 머무는 곳에 피어나는 꽃씨가 되고 싶다 꽃잎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꽃을 피우며 향기를 품어 낼 것이다 나는 소리 없이 머물며 그대를 위한 사랑의 향기를 풍겨 줄 것이다 █작품 감상 사랑의 향기는 어떤 향기일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선물은 어떤 것일까? 요란스럽지도 않고 나를 내세우지 않으며 은은히 멀리서 지켜보면서 사...
사랑하노라(님 그리며) 南江 여승익 큰 새벽은 그냥 밝아지지 않았다 수많은 청춘과 피 끓는 열정으로 새로운 눈과 발걸음을 견디고 비로소 크나큰 별을 떨구고 나서야 신 새벽의 여명을 밝혀주었다 아무도 생각지 않은 처절한 슬픔이 디딤돌 되어 수많은 이들을 껴안고 아픔의 골짜기를 너머 지지 않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이제는 지지 않는 그 별을 보며 아이들의 앞날을 열어가는 큰 걸음을 뚜벅뚜벅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
금강산 노아기 바람 따라 움직이는 하얀 구름 섞일 수 없어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밤과 낮의 경계 옛 선인들의 글 속에서 조차 간절히 가고 팠던 산 신들의 땅이 있다 계절마다 드러나는 풍광에 가슴 떨리는 전율 생명이 움트고 꽃들이 만개하여 계곡마다 울려나는 노래 일곱 빛깔 무지개가 어리고 빛들의 향연이 펼쳐지면 하얀 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 따라 내려온 하늘 고담(古談)의 전설이 이루어져 사망이 죽음을 맞고 생명이 시작되는 곳 하늘...
나의 시는 박원배 길을 걷다가 날숨 들숨에 글자 하나 입에 걸리어 혀로 굴리고 씹어서 뽑아내는 오래된 일기장 때로는 이빨로 물어뜯은 엄지손톱 생각의 잡초를 뽑아내어 흙 털고 잔뿌리 정리하고 깨끗이 헹구어 한 단씩 묶어 좌판에 올려놓고 내가 다시 구매하여 장롱에 넣어 두는 배냇저고리 어쩌면 삼십 년 열두 달 전에 헤어진 후 이제야 쓰여지는 추도문 █작품 감상 시인은 시를 어떻게 쓸까? 아니 시인이 적는 시적인...
싱크대 이광성 가면을 쓴 손님들은 가고 남은 싱크대에는 돼지기름 먹은 언어들 먹다 남은 표정 숟가락 젓가락이 뒤엉켜있다 식탁 위의 이야기 기름 밑에 숨은 창은 사라진 지 오래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 처음 봤을 수도 있고 오래전에 만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벌거벗은 싱크대 안의 세상에서 속살을 감추고 살아가는 싱크대 밖의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작품 감상 살아가면서 가면을 쓰지 않는 사람은 없다. 때로는 피곤해서, 때로는 바쁘다...
그네 多省 정영희 소나무 사이 거미가 줄을 치고 솔잎 두 가닥 우연찮게 거미줄에 앉았다 한가한 그네타기 이것도 인연이려니 어이샤~ 긴 그넷줄 쳐놓고 거미는 어딜 갔는지 바람이 살랑살랑 신나게 타는 그네 산비둘기 폴폴 산까치도 깟깟 숲을 호령하듯 매미의 힘찬 노랫가락 팔방으로 퍼지는 소나무 향기 마냥 좋아 그네 놀이 해지는 줄 모른다 어이샤~ █ 작품 감상 시인은 시어의 선택과 시어들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잡초 雜草 윤 상 근 너는 어디서 왔니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니 휘짓난 태풍우에 왜 쓰러져 있고 뿌리도 제대로 없이 변함없이 자태를 자아내고 있니 수많은 사람들이 짓밟고 지나가도 생명력도 엄청 길구나 그래 인생도 파아란 하늘에 하얀 뭉개구름처림 바람에 떠돌다 어디론지 사라지는 구름 인생인 것을~ 너는 삶을 철저히 짓밟혀도 휘짓난 태풍우에도 그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을 우리네 인생사도 모든 이에게 짓밟힘에도 변함없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소나기 塗香 이종래 어둡다 스위치를 찼아 불을 켠다 엘이디 불빛보다 빠른 칼날 같은 빛이 스쳐 지나간다 호통을 치는 하늘의 목소리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본다 콩나물 시루를 업어 놓은 듯한 물줄기 중놈 머리가 둥둥 떠내려간다 마음의 고요가 일어난다 내 마음의 거품도 다 떠내려가나 보다 █ 작품 감상 한줄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시원하고 깔끔하다. 한참 소나기가 내릴 때는 죽비로 사바세계의 잘못을 꾸짖는 것 같다. 이종래 시인은 소나기가 오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