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구박사의 도시농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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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구박사의 도시농업 이야기

2020 뉴트랜드 “도시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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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을 통한 느슨한 연대

 

먹방 방송이 대세인 지금 먹방 방송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 다가올 뉴트랜드 방송의 소재는 무엇일까? 2019년의 트랜드가 성평등이었다면 2020년 트랜드는 느슨한 연대(라이프 트랜 드 2020, 부키 刊)라고 한다. 느슨한 연대의 대 표적인 사례 중 도시농업이 현대인들의 느슨한 관계 맺기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최근에 도시에서 농사짓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부분 흥미꺼리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도시텃밭, 도시농부라는 형태로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왠지 끌 리는 생활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위를 도시농업이라 한다.

 

도시농업은 일반적으로 취미 혹은 일부 채소를 자급할 목적으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도시민들이 짓는 농사행위를 말한다. 주말농장,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텃밭, 옥상텃밭, 화분텃밭(상자텃밭)등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대체로 전업적인 농업이 아닌 개인적인 목적의 행위이다.

 

  현재 도시농업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부산도시농업시민네트워크는 ‘농업이 갖는 생물, 대기, 토양, 환경의 보존, 문화, 정서, 여가, 교육 등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도모하며, 이러한 다원적 가치를 도시에서 실현 하여 도시와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는 나름의 정의를 하고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에서 농사를 통해 농업과 농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문제를 도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시민운동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 운동인 것이다.

 

 

도시농업을 통한 세대간, 이웃간의 소통

 

요즘 세대 간의 공통관심사항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같은 세대라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많겠지만 할아버지와 손자세대간의 공통 화제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이들은 집에서 시간이 나면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먼저 켠다. 그 세대들 은 온라인게임을 하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될 정도이다. 그런데 그 게임이라는 것이 대부분 파괴하고 살생하는 게임들이다. 아무리 가상의 세계라고 하지만 생명에 대한 경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텃밭을 함께 가꾸는 가족은 어떨까? 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가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아이들의 궁금 증과 할아버지의 농사경험은 저절로 세대간의 소통을 이끌어낸다. 아울러 텃밭공간은 이웃과 의 소통도 만들어낸다. 함께 텃밭을 하면 경작 경험과 실패담, 친환경 병충해 방제 등 공통의 이야기꺼리가 무궁무진하다. 또 대부분의 경우 채소들이 먹고 남을 정도로 수확되면 이웃과 나누게 되기 마련이다.

 

텃밭농사는 자연의 순환원리를 경험으로 알게 된다. 흙은 거름이 필요하고 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동안 아무생각 없이 버려왔던 탄소 폐기물들이 필요하다. 음식물쓰레기, 채소를 다듬다 남은 잎이나 줄기 등을 텃밭의 거름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거름기를 받은 흙은 작물을 기르고 사람이 다시 먹게 된다. 이것이 바로 유기순환인 것이다.

 

농업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경험하게 하고, 흙을 살리며, 도시에 신선한 채소와 맑은 공기를 제공한다. 잔디와 텃밭 중 어느 것이 더 생태적인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선진국의 도시농업 사례

 

가끔씩 도시농업때문에 농사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의 밥줄을 줄이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도 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 독일이 엄청난 규모의 도시텃밭(Kleine Garten)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전체 농업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 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한다. 오히려 도시텃밭이 농업과 올바른 먹을거리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 우리농산물, 바른 농산물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된다.

 

일본은 일찍부터 영국의 앨롯먼트 (Allotment)를 들여와 시민농원이라는 형태로 도시농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1981년 시가화구역 내 농지에 대한 임대형 텃밭 녹지사 업을 도시공원법에 명시함으로써 제도화되었다. 일본에서는, 또한 특정농지의 대부에 관한 농지법 등 특례에 관한 법률이 1989년에 제정되어 농업종사자 이외의 사람들이 지방자치단체 또는 농협을 통하여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소규모 면적의 농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에는 시민농원정비촉진법을 제정하여, 도시민을 위해 시민농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원활하게 정비하기 위한 레크리에이션 용도로 농지 이외의 휴식시설을 포함하였다.

 

일본의 도시농업은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되고 있다. 특히 과밀화된 도심내에서 옥 상을 활용한 옥상텃밭은 쇼핑센터와 같은 곳에 서 문화와 접목되어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활용되고 있으며, 도시농업공원이라는 형 태로 논과 밭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캐나다는 ‘Community Garden’이라는 도시 텃밭의 형태가 대중화 되어있다. 특히 밴쿠버는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010년까지 시내에 2010개의 도시텃밭을 만들었다. 시작 당시 이미 950 개의 텃밭이 조성되어 있었으며, ‘2010 공공텃 밭 프로젝트’를 추진한 밴쿠버 식량정책 협의회는 ‘뒤뜰 나누기(Sharing Backyard)', '한줄 나누 기(Grow a Row, Share a Row)'처럼 텃밭에서 직접 기른 먹을거리를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이를 위해 밴쿠버시청의 잔디를 뒤엎고 텃밭으 로 조성하는 것이 해외매체 보도되기도 하였다.

 

SBS 스페셜 3부작 중 마지막 3부 ‘페어푸드, 도시에서 실현하다’에서 영국의 텃밭을 활용한 통합교육내용이 있었다. 학교 안에 텃밭을 조성하여 수업에 활용하는 것인데 텃밭자체로 작물을 기르는 수업도 되지만, 이안에서 수학수업도 하고, 사회수업도 이루어진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소재가 되고, 이를 주제로 애니메이션도 만들었다. 텃밭은 창의력을 키우는 공간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시절 백악관의 잔디밭 100㎡가 텃밭으로 바뀐적이 있다. 미셸 오바마가 직접 인근의 초등학교와 아이들과 삽을 들고 텃밭을 조성하였고, 이 텃밭을 이용해 백악관의 일부 채소를 자급하고 인근 초등학교 학생 들을 초대해 교육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였다. 미셸 오바마는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아이들에게 직접 재배한 야채와 과일의 중요성을 가르칠 수 있어 더 좋다”며 “대통령 도 싫든 좋든 잡초를 뽑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업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텃밭교육은 농사라는 전문적인 내용이 필요 하다. 화초와 달리 작물은 수확물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더 세밀한 기술을 요구한다. 특히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도시텃 밭에서의 원칙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농사법 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일선교사가 농사경험이 있지 않는 한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농림부에서 자격을 발급하는 텃밭을 지도 관리할 도시농업관리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단순히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텃밭을 풍부하게 하겠지만, 아이들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텃밭 수업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인력을 계속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도시농업관리사는 아이들에게 텃밭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도시의 텃밭을 친환경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활동가도 될 수 있다. 

 

선진국은 도시농업을 영위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있는데, 독일은 클라인가르텐, 캐나다는 커뮤니티가든, 일본은 시민농원 또는 채소정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주말농장이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주말’이라는 단어가 어딘가 한정적인 느낌을 준다. 순우리말인 텃밭과 영어인 가든을 합쳐 텃밭가든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떨까? 주말에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은 어디 가냐고 물어보면 가드닝을 하러 간다고 한다. 도시농업관리사는 부단한 노력으로 텃밭 작물 재배 기초 지식과 더불어 가든닝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올 봄부터 라도 작은 텃밭을 시작해보자! 사방이 막힌 갇힌 도시 속에서 자유의 공간이 될 것이다. 꽉 막 힌 시멘트 속에서 흙냄새를 만날 것이고, 회색의 아파트 숲속에서 푸른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넘치는 정크푸드 속에서 자연이 선물한 먹을 거리를 얻을 것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아이들 과 함께 미래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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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텃밭에 가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아이들의 궁금증과 할아버지의 농사경험은 저절로 세대 간의 소통을 이끌어낸다. 

아울러 텃밭공간은 이웃과의 소통도 만들어낸다. 

함께 텃밭을 하면 경작경험과 실패담, 친환경 병충해 방제 등 공통의 이야기꺼리가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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