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바뀔때마다 교체되는 간판.. 예산은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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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바뀔때마다 교체되는 간판.. 예산은 어디로 가나??

- 새 구청장 구정 목표에 관공서 간판, 표어 교체
- 시민단체 " 주민의 의견 반영되지 않은 표어에 예산 낭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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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간판으로 교체된 금정구청 현판

 

부산지역 기초단체들이 각자의 정책 목표를 담은 표어를 바꾸는 일에 수천만원대 예산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 되었다.


대부분 새 구청장이 취임할 때마다 표어가 적힌 청사 현판 등을 바꾸는데 혈세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뿐 아니라 각 사무실에 걸린 액자형 포스터와 구 경계에 설치된 홍보판부터 시설물에 붙은 스티커나 시트지까지 교체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6.1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이 교체된 부산지역 13개 구.군은 새로운 구정 목표를 담은 표어를 바꾸었거나 바꿀 에정인데 현재 예산이 산출된 곳은 모두 8곳으로 금정구 5700만원, 연제구 1900만원, 북구 1864만원, 사상구 1791만원, 강서구 1700만원, 동래구 1194만원, 동구 700만원, 부산진구 100만원 순이었다.

 
예산을 가장 많이 잡아 놓은 금정구는 구청 입구와 내부, 행정복지센터 16곳, 보건소에 설치된 현판을 교체하는 데 더해 스마트 그늘막, 버스 승객 대기실, 주민 게시판 등 구 곳곳에 있는 각종 고정 시설물의 시트지까지 모두 떼어 내고 새로 붙일 예정이다.
 
다른 구청들도 청사와 동 행정복지센터, 산하 기관 등의 입구에 붙은 현판은 새것으로 교체한다는 계획이 있으며, 예산이 가장 적은 부산진구는 입구 현판을 통째로 교체하는 대신 시트지만 떼어 내고 붙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운대구와 남구·기장군·영도구·사하구는 새 구정 목표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정확한 예산을 산출하지 않았다고 답했지만, 대부분 기존에 설치된 청사 현판 정도는 어떤 식으로든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산 금정구 관계자는 "구정 목표 표어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변경된 표어를 그대로 놔둘 수도 없기 때문에 바꾸는 것"이라며 "당장 모든 걸 일괄적으로 바꾸는 건 아니며, 추후 유지·보수할 때 바꿀 예정인 시설물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 구청 내부에서조차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표어 교체에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쓰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구청 직원은 "표어가 한 번 바뀌면 관용차나 관광안내도에 붙은 것들까지 모두 떼어 내고 다시 붙여야 하고, 심지어 직원 개개인의 명함에도 표어가 다 들어가 있어 새로 다 파야 한다"며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애초에 그늘막이나 주민 게시판 같은 곳에 4년 뒤에 바뀔지도 모르는 구정 목표 표어를 새겨놓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라며 "구정 목표와 별개로 구마다 자체 슬로건이나 휘장·캐릭터를 따로 정해놓고 있는데, 고정 게시물에는 이를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구정 목표 교체에 구청들이 이토록 많은 예산을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시민들은 이런 구호가 바뀌는 것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구정의 목표나 지향점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사례도 이번에는 사하구를 제외하면 없는 실정인데, 우선 지역 의견을 수렴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구정 목표를 바꾼다고 해서 예산이 안 들면 상관이 없겠지만, 지금같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코로나19도 다시 유행한다는 시기에 이렇게 예산을 들여 표어를 바꾸는 게 과연 맞는지 구청장들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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