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호박사의 자연생태이야기 - ① 반려식물, 고구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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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용호박사의 자연생태이야기 - ① 반려식물, 고구마 이야기

겨울이 되니 산과 들의 나무와 풀들이 온통 누른 갈색으로 변했다. 그들 나름대로 새로운 봄의 귀엽고 앙증맞은 연녹색 세상을 꿈꾸며 새록새록 잠들고 있는 것 같다. 여름이면 온천지가 녹색이라 그냥 스쳐 지나간 그 흔하던 녹색이 그리워진다. 녹색이 많아 흔한 그때는 쳐다보지도 않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보이지 않으니 그 귀함을 알게 된다. 며칠 전 산에 운동하러 가다가 본 밭에서 아이비 줄기가 참나무 큰 줄기를 감고 올라가고 있었다. 겨울엔 흔치 않은 녹색이라 사진을 찍었다. 참나무의 갈색 잎들과 아이비의 녹색 잎들이 대비를 이루어 사진 찍기에 좋았다.

 

녹색을 그리워하다가 고구마의 녹색 잎이 생각났다. 고구마를 좋아해 수년에 걸쳐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고구마를 자주 먹는다.

 

작년에는 고구마로 특이한 경험을 했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싱크대 앞 작은 물 컵에 아내가 고구마를 담아 놓았는데 마술처럼 신기롭게도 아주 작은 싹이 튀어나오더니 작은 줄기를 만들고 잎들을 만들었다. 신비로웠다. 집안에 작은 녹색의 생명체들이 태어 난 것이다. 줄기들이 점차 커지자 나는 혹시 줄기들을 잘라 땅에 심으면 고구마가 생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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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일들이 그러한 것처럼, 농사라는 것이 다 때가 있어 시간을 놓치면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철을 놓치면 못하는 것이고 또 1년을 또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아파트 싱크대 앞에서 자란 30개 정도의 줄기를 가져가 밭에 심었다. 고향인 경남 창녕의 우포늪 부근 밭에 갈 때 마다 물을 주고 나름 정성을 들여 돌보았다. 심었던 것 중에서 몇 개의 줄들은 말라비틀어지고 죽어버려 아까웠다.

 

물을 주고 또 주고 그렇게 시간이 또 지났다. 잎들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탄력을 받은 고구마 줄기와 잎들은 엄청 자라고 자라 아주 작은 크기이지만 키 작은 숲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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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었다. 고구마 줄기를 사서 심은 친구가 고구마를 캔다고 하였다. 색의 잎들이 좋아 최대한 오래보고 수확하려고 다른 사람들보다 늦은 가을에 삽을 가지고 흙을 들추니 고구마들이 꽤 있었다.

 

나는 “야아~ 와우(Wow) 오 마이 가드 고구마 다아.” 라고 소리를 질렀다. 크고 작은 고구마가 10여 개 되었는데 큰 삽으로 파다보니 큰 것 두 개는 약간 잘려나갔다. 고구마의 숫자는 몇 개 안 되었지만 작은 성공을 이루었고 소소한 기쁨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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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인 2023년 1월 초에 내가 운영하는 <생태춤과 우포늪> 밴드에 고구마를 심고 결실을 맺은 이야기를 올리니 밴드의 회원들의 댓글이 달렸다. 밴드 회원 중의 한 분은 고구마 1박스를 서늘한 곳에 두었더니 다 썩어버려 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고구마는 남쪽 나라에서 온 친구입니다, 따뜻한 곳을 좋아 하죠.” 라고 글을 보냈다. 시인으로 활동하는 고등학교 동기 한 명은 댓글에 녹색이 청결하고 보기에 좋다며 자기도 컵에 올려 녹색 잎들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녹색이 많지 않은 겨울철에 녹색을 볼 수 있는 멋진 친구 중의 하나가 바로 고구마의 잎이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컴퓨터 옆에 두고 눈이 침침할 때 마다 보면 잠시나마라도 나에게 소소한 기쁨과 위안을 주는 반려식물이다. 나는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분들에게 고구마 기르기를 강력 추천한다. 간단하다

 

준비물: 작은 그릇이나 컵을 준비한다. 그릇에 물을 넣는다. 고구마를 올린다. 기다린다. 녹색이 자라난다. 시간이 지나면 녹색의 작은 생명체들이 고개를 들어 인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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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고구마 줄기들을 심고자 한다. 작년보다 더 잘 할 것 같다. 고구마 심을 봄이 기대된다. 올해는 작년보다 엄청 많이 심을 생각이다. 100개나 심을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다.  

                                                                                                                                                                                - 기고 노용호 박사

 

 

노용호 박사는?

자연을 춤으로 표현하는 생태춤 창시자이다. 우포늪이 바라보이는 경남 창녕의 마을에서 태어났고, 아버님의 취업으로 부산으로 이사와 금정구 장전동 등에서 살았다.

 

뉴욕대학교(NYU) 등에서 공부하고 대학교수로 12년 재직하다가,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고향 창녕군의 우포늪생태관에서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12년을 우포늪생태관에서 근무한 뒤 현재 우포생태관광연구소를 운영하며 춤추고 강연하며 글 쓰며 즐겁게 살고 있다.

 

노용호박사는 생태춤을 창시하여 남이섬, 제주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회, 경기도 안산시 세계생태관광총회 등에서 공연했고, 환경부의 생태관광포럼위원과 문화재청 문화재야행 평가위원 등 역임하였다. 현재 우포생태관광연구소장과 국무총리실 국토정책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작년 2022년 11월 20일에 광장인터넷신문과 금정구 자연생태의 보고인 오륜대 회동호, 땅뫼산 일대에서 <오륜대 맨발걷기 행사>를 진행하였고 참여한 회원들과 즐겁게 잘 마쳤다. 생태춤? 궁금하시면 유투브 검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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