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詩 - 아버지 / 여승익 (이삭문학협회)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복지

이주의 詩 - 아버지 / 여승익 (이삭문학협회)

아버지

                            여승익

    

어릴 적 자다 깬 아침

이불의 지도가 보여도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고

이불속에서 새 옷 갈아입히시던

모습이 그립다

 

싸리문 밖에서

들려오던 커다란 목소리

우시장 전대가 두둑한 날이면

구성진 노래 가락

 

한 번도 공부하라는 언질은 없었어도

어머니가 전해주신 말씀에

흐뭇하게 웃어만 주던

밝았던 얼굴이 그립다

 

건장하던 몸이

조금씩 여의어 가면서

자전거로 가시던

시내 발걸음이 줄어들었다

 

어느덧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던 때

기어이

하시고 싶은 말씀을 꺼내셨다

 

딸도 좋은데

아들 하나 놓거라 하시곤

뭣이 그리 급하셨는지

손자도 보지 않고 그렇게 가셨다

 

 

작품 감상

 

여승익 시인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과거 아버지와의 경험을 매개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호소력있게 서정적이면서 진솔하게 재구성하여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아버지는 말이 없다

그러나 말이 없는 침묵이 더 크게 다가오는 사람이 아버지다.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다

아들이 기가 죽을까 상처를 받을까 말은 안해도 속으로 울고 있는 사람이 아버지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 나이가 되니 간혹 혼술하셨던 아버지를 알겠다. 

 

약력

 

시인, 수필가

이삭문학협회 이사

국제PEN 한국본부 회원

부산수필문학협회 회원

울산불교문인협회 회원

곰솔문학회 회원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