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평야만큼 넓은 품을 가진 주인장이 있는 밥집 - 홍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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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샘이야기

호남 평야만큼 넓은 품을 가진 주인장이 있는 밥집 - 홍미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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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05년부터 전국의 문화유적을 찾아다니는 ‘역사기행’을 계속하고 있다. 

 

역사기행을 다니다보면, 참석자들과 함께, 선조들의 유적을 살펴보고 역사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지만, 제일 먼저 받는 질문은 ‘오늘 어디서 밥먹어요?’이다. 그 만큼 한끼에 불과하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는 다는 것은 여행의 최대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답사지가 전라남도 순천, 보성, 장흥, 강진, 해남, 목포 등 호남 해안방향 으로 정해있을 때는 점심식사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비옥한 토지와 해안의 넉넉한 해산물이 풍부한 이 지역은 어디를 가도 자랑할 만한 백반집이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가 온천장 지하철역 부근에 있는 ‘홍미 식당’을 처음 갔을 때 두 번 놀랐다. 대로변도 아니고 골목에 있는 가정집에서 과감하게 식당을 열었다는 점과 만원짜리 돌솥밥을 시켰는데 반찬가지수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그리고 그 반찬 하나하나를 주인장이 직접 다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또 한번 놀랐다. 도대체 이렇게 팔아서 이윤은 있는 건지...^^;;;;;

 

나중에야 주인장이 ‘해남’이 고향이라는 말을 듣고, 큰 씀씀이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주인장은 김장을 할 때 넉넉하게 준비를 해서 이웃 사람들과 나누기를 좋아하시고, 귀한 ‘전복장’도 때로는 선물로 주면서 맛보시라고 내미는 나눔의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 덕분에 이 집은 좋은 위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늘 식사시간이면 자리가 없어서 항상 날카로운(?) 심정으로 예약을 해야 하고, 그런 수고로움 끝에 손님을 모시고 가면 항상 대접 잘 받았다는 인사를 듣는다. 불과 만원의 비용으로 이렇게 인사를 들을 수 있는 식당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집안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주년에 식구와 친척들을 모시고 추도예배를 드려야 되는데 집에서는 좁아서, 특별히 홍미식당 사장님께 부탁을 드린 적이 있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 음식이 나오는데, 참 눈물이 났다. 반찬 하나하나, 후식으로 나온 식혜까지… 집에서 만든 음식처럼 세세하게 신경써준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에 그날 예배에 참석하신 20분의 손님들이 모두 감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래서 홍미식당은 늘 나에게는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비상금과 같은 존재이다. 이따금씩 입맛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손님이 찾아왔을때 큰 고민없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넉넉한 인심과 손님을 가족으로 대하는 정성이 가득한 홍미식당이, 늘 지역민들의 사랑을 오래오래 받아 금정구의 ‘명물 백반집’으로서 그 명성을 이어갔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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