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詩 - 오래된 시계 / 박원배(이삭문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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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문화

이주의 詩 - 오래된 시계 / 박원배(이삭문학협회)

오래된 시계

                             박원배

 

오래된 식당에서

막걸리 한 병 시켜놓고

오래된 친구를 만난다

세월은 잔을 넘쳐

친구 얼굴에 묻었는데

도리어 나를 보고 늙었다 한다

의식처럼 첫 잔 건배하고

알만한 놈 소식 물었더니

오래된 시계 멈추었다 한다

술 한 잔 목젖 울리며 넘긴다

그놈만 불현듯 사라진 밤

그에게는 없을 이 밤

굵은 숫자 달력 벽에 그대로이고

찌짐 지지는 소리에

오래된 냄새 여전한데

20세기 언어로 안주하여

땡초장육 홍어삼합 어묵탕 시간이 가고

낡은 벽지처럼 누렇게 취해간다

밖은 비 내리고

시간이 흔들거리는 거리

내리는 비에 찌짐 굽는 소리 다시 들리고

아직 멈추지 않은 시계 하나

초침으로 달려오는 전철 막차를 탄다

 

작품 감상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오래돤 시계가 멈추었다 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계속적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고 한 순간 멈추면 죽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멈추지 않고 뚜벅 뚜벅 걸어가는 것이다

박원배 시인은 술잔에 오래된 친구와의 추억을 담아 마신다. 그렇다 시인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느낄 수 없는 존재의 부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다

시를 읽으면 잘 짜여진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박원배 시인은 친구의 죽음을 자신만의 언어로 형상화하여 수면 밖으로 꺼집어 낸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인식론적 물음에서 시작하여 어디에 있는가 하는 존재론적 물음으로 확장해간다

비는 내리고 찌짐 굽는 소리는 더 커진다

산다는 것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약력

계간 문학예술등단(2022)

이삭문학협회 이사

계간 문심공동발행인

동인지 여울발간

노산 이은상 시조 백일장 입상(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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